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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지하로 : 도시의 교통 혁명

2024.06.18 4min 46sec

지상에서 지하로 : 도시의 교통 혁명



도시 교통 문제의 해결사, 지하터널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교통 인프라를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통시설의 포화, 도시 내 토지가격 상승은 교통 인프라의 수평적 확장에 한계를 가져왔습니다. 세계 주요 도시가 ‘지하터널’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지하터널은 도로와 철도 용량을 수직적으로 확장해 교통 혼잡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미국 보스턴 ‘Big Dig’는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지하도로로 불립니다. 보스턴 시내를 관통하는 ‘Central Artery(I-93)’의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1982년 계획되어 2003년 개통했죠. Big Dig 개통 이후 보스턴 외곽과 도심 간 차량 통행 시간은 62%가량 감소했습니다. 이는 연간 약 2000억원 이상의 혼잡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죠.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 ‘M30(2007년 개통)’은 고속도로를 지하화하여 도심의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지상의 교통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싱가포르 ‘KPE(2008년 개통)’, 프랑스 파리 ‘A86(2011년 개통)’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역시 같은 목적으로 지하도로가 개발되었고, 실제 유의미한 교통 혼잡 개선 효과를 보았습니다.

*국토연구원 <도로정책 Brif> 2024년 2호 ‘지하도로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정체 완화를 위해 계획된 지하도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서부간선도로 지하 80m 대심도*에 건설된 ‘서부간선지하도로’입니다.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정체가 잦은 서부간선도로의 교통량을 분산하고, 낙후된 주변 지역을 개선하고자 1994년 계획된 것으로, 현대건설이 2021년 9월 준공(개통)했는데요. 북쪽은 월드컵대교, 남쪽 끝으로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와 연결되며 서울시를 둘러싸는 순환선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지하터널. 2007년 준공 미국 빅 딕.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부터 레너드P.자킴 벙커 힐 대교까지 보스턴의 메인 해협과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터널. 2021년 준공 서부간선지하도로. 성산대교와 금촌IC(서해안고속도로)를 직통으로 연결해 도심의 교통체증 해결에 도움을 주는 지하도로.


우리나라는 교통 인프라를 지하로 이설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을 통해 경부고속도로(서울 한남~화성 동탄),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경기 퇴계원~성남 판교), 경인고속도로(인천 남청라~서울 신월) 등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또 서울, 인천, 부산 등 주요 대도시에서도 혼잡 구간을 중심으로 지하도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죠. 철도 지하화 사업 역시 적극 검토 중으로,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기본 계획 수립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대심도: 지표면에서 40m 이상의 깊이에 있는 매우 깊은 지하공간.


사업주체 도로명 구간(길이/km) 국토교통부 경부고속도로 양재~기흥(26.1km) 경인고속도로 청라~신월(19.3km)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31.5km) 서울특별시 서부간선지하도로 성산대교~금천(10.3km) 신원여의지하도로 신월~여의나루(7.5km)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6.8km) 강변북로 가양대교~영동대교(17.4k) 인천광역시 인천대로 공단고가교~서인천(4.5km) 부산광역시 도서고가도로 만덕~센텀시티(9.6km) 참조 국토교통부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년~2025년)

아울러 지하터널은 강과 바다로 분리되어있는 지역을 잇는 역할을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Channel Tunnel’은 세계사를 바꿨다고 평가받습니다.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던 영국과 프랑스가 38㎞에 달하는 해저터널 덕분에 이어진 것입니다. 1994년 개통된 Channel Tunnel은 유로스타(고속열차)를 이용해 런던에서 파리를 2시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데요. 소요시간이 단축된 만큼 양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체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해수면 아래를 관통하며 사람과 삶의 기반은 물론, 물류의 흐름까지 원활하게 이어가는 해저터널이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오천면 원산도를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입니다. 현대건설의 지하터널 대표작 중 하나인 보령해저터널은 6.927㎞로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로 긴 해저 도로터널인데요. 덕분에 서해바다로 단절됐던 국도 77호가 해저터널로 연결되면서 지역 간 거리가 기존 1시간 30분에서 10분대로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기상 악천후에도 차량 통행이 가능해 물류 유통이 원활해지고, 인근 지역의 균형 발전과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까지 이끌고 있죠.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한 지하터널. 1994년 준공 채널터널(channel tunnel) 영국 도버 해협의 지하를 통해 영국 포크스톤, 도버와 프랑스 칼레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2021년 준공 보령해저터널. 충남 보령시 신흑동에서 오천면 원산도를 연결하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는 일곱 번째로 긴 해저터널.



지하터널을 통한 도시의 입체적 확장


국토연구원이 올 2월 발표한 <도로정책 Brief> ‘지하도로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터널의 패러다임이 다각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도로‧철도 용량 확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도시의 단절 요소가 되었던 교통 인프라를 지하화하고, 새로운 국토(상부) 공간을 창출하여 시민의 삶을 쾌적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죠.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지역은 철도 시설물을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을 통합 개발해 업무·주거·교육시설로 개발했습니다. 홍콩도 구룡역세권을 재구조화해 도심공항터미널, 복합환승센터, 홍콩 국제상업센터 등이 위치한 초고밀도 복합단지로 개발했죠. 2025년 개통 예정인 미국 시애틀 지하도로 ‘Alaskan Way’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애틀 도시 정비를 위한 ‘워터프런트 시애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가 교통시설을 지하화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지상에 조성되는 보행친화공간, 상업시설 등과 지하터널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했죠. 2027년 개통 예정인 싱가포르 ‘North-South Corridor(NSC)’은 중앙고속도로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대중교통 및 보행 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자 추진 중입니다. 지하에는 유틸리티 라인, 도로 등의 인프라가 들어서고, 지상에는 버스전용차로, 자전거 간선도로와 무장애 교차로를 포함하여 녹지 및 상업공간이 조성될 예정이죠. 


지하터널의 글로벌 트렌드, 상부공원화. 미국 시애틀 2025년 개통 예정. 알래스카 웨이. 계획단계에서 상부공간(보행친화 녹지, 상업시설 등)과 지하도로 연결성 고려. 주변 지역 상권 및 관광지 접근성 향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싱가포르 2027년 개통 예정. 노스 사우스 코리더. 상부공간을 녹지, 교통시설, 상업공간으로 세분화해 개발. 버스 전용 차선, 자전거 도로 등 다양한 교통로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교통혼잡 개선.


우리나라 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와 철도를 지하로 이설하고, 상부공간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현대건설이 준공한 신월여의지하도로(구 제물포터널)는 서울 양천구 신월나들목(IC)에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교차로 구간의 도로를 지하화한 프로젝트입니다. 기존 도로가 있던 자리에는 공원, 녹지, 자전거도로 등을 갖춘 선형(線形)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죠. 또한, 서울 영동대로 지하에는 잠실야구장 30배 면적에 달하는 교통 허브인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로 불리는 이 메가 프로젝트는 상부에는 녹색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도시의 랜드마크 공원을 만들고, 지하에는 지하철·철도·버스·택시·승용차 등 교통수단 환승은 물론 상업공간이 입점되어 도시의 사회·경제 기능을 분담하게 됩니다. 지하공간이 단순 교통시설이 아닌, 복합 생활·문화공간으로까지 변모하고 있는 것이죠.

*현대건설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2·3공구를 맡고 있습니다.


지하개발이 가져온 혁신, 3차원으로 확장된 생활. 한국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서울 삼성역~봉은사역까지 지하 5층, 시설 면적 17만m2 규모로 들어서는 광역복합환승센터. 영동대로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는 중앙광장과 테라스 가드늘 포함한 260m의 지상 광장 설치. 지하에는 지하철, 철도, 버스, 택시, 승용차 등 교통수단 환승은 물론 상업시설까지 입점.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프로젝트 초기 스케치.



지하생활을 가능케 하는 건설기술


우리가 지하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은 굴착 기술의 발달 덕분입니다. 땅을 파내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과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이 있습니다. NATM 공법은 화약을 터뜨려 암반을 부수고, 벽체에 숏크리트(Shotcrete)*를 타설해 지지대를 설치한 후 곳곳에 록볼트(Rock Bolt)를 박아 보강하며* 굴진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주로 단단한 지반에 적용됩니다. 기존 지반을 지지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시공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죠. TBM 공법은 도심지 지하나 지반이 약해 화약 발파가 불가능한 지역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원통 형태의 거대한 강철 굴착 장비를 이용하는데, 굴착 중 소음과 진동이 적으면서도 굴진 속도가 빨라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굴착 방식을 선택할 때는 지반의 안전성, 소음과 진동 등 주변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판단합니다. 무엇이 더 우수하다기보다 지반을 다각으로 분석해 프로젝트 맞춤형으로 공법을 선택하죠. 

*숏크리트(Shotcrete): 모래와 시멘트를 섞은 모르타르를 펌프로 압송하여 노즐 끝에서 물과 함께 분사하는 방법.

*NATM 공법에는 지보재가 필요합니다. 지보재란 터널 굴착 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하는 뼈대 구조물로 숏크리트, 록볼트 등이 있습니다.


지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시공성과 경제성 우수. NATM 기술. NATM 공법 순서 발파-지반 보강-지반 모니터링-영구보강.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 화약을 터뜨려 암반을 부수고, 숏크리트, 록볼트 등으로 보강하며 굴진. 개발시기 1957~1965년 사이 오스트리아에서 개발. 주요 원리 주변 지바의 본래 강도를 유지하며, 지반 자체를 주요 지보공으로 활용. 장점 지반 변화에 따른 기술 적용성이 좋고, 시공성 및 경제성이 우수. 2021년 개통한 보령-태안 해저터널. / 뛰어난 정밀성, 효율성을 갖추어 도심지 공사에 최적화 TBM 기술. TBM 공법 순서.

디지털 기술은 지하터널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높은 품질로 완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건설물의 모든 정보를 담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모형입니다.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등의 데이터를 통합하여 가상 공간에 구축하고, 사전에 설계 오류나 시공 이슈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죠. 터널 맞춤형 스마트 기술은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해줍니다. 지하터널 무선 통신 기술과 안전 솔루션을 통합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 ‘HITTS(Hyundai Integrated & TVWS-based Tunnel Smart Safety System)*’는 터널 및 지하 전 구간에서 와이파이 무선 통신이 가능토록 한 시스템입니다.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구축해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프로젝트를 포함, 국내외 전 터널 건설 현장에 적용하고 있죠. 

*HITTS는 TV 방송용 주파수 대역 중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유휴대역(TVWS: TV White Space)을 활용해 터널 및 지하 전 구간에서 와이파이 무선 통신이 가능토록 한 시스템입니다. TVWS를 활용한 무선 통신 기술은 전파 특성이 우수해 비가시거리와 깊은 지하 구간에서도 통신이 가능합니다. 또한, 터널 굴진에 따라 이동 설치 및 운용이 용이해 ▲고해상도 고배율 CCTV ▲IoT 유해가스 센서 ▲비상 경광등 및 양방향 스피커 ▲IoT 기상 센서 ▲근로자 장비 위치 트래킹 등의 다양한 스마트 안전 솔루션을 지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하 터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건설기술과 IT기술의 결합. 건설현장의 디지털 통합정보관리실 BIM. BIM 활용 설계 오류 검토, 시공 시뮬레이션, 공정 및 공사비 예측 관리, 시설물 유지관리. 터널 전 구간 무선 통신망 활용 안전 솔루션 HITTS. HITTS 시스템 설계도 근리자장비위치관제 막장면굴진방향 TWS무선통신 터널입구 외부통신망.


남양주 왕숙 국도 47호선 지하화 프로젝트는 지하터널에 적용된 스마트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기도 남양주 진관리에서 연평리까지 총연장 6.41㎞ 구간의 지상 국도를 지하화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앞서 언급한 기술들과 더불어 스마트 멀티 배연 시스템, 온·오프라인 플랫폼 시공관리 시스템, 가상 레이저 안전 펜스 등 첨단 스마트 기술이 접목됩니다. 토목 분야 사상 최대 기술형 입찰 사업인 남양주 왕숙 국도 47호선 지하화 프로젝트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설계와 시공을 맡았으며, 현재 실시설계 마무리 및 인허가를 진행 중입니다.


현대건설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이설(지하화)

[ 현대건설이 토목 분야 사상 최대 기술형 입찰 사업인 ‘남양주 왕숙 국도47호선 이설(지하화) 공사’를 따내며 설계와 시공을 아우르는 업계 최고의 기술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상하 분리 입체 지하도로를 제안했으며, 이를 위해 BIM 등 다양한 디지털 건설기술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



국내외 사례로 검증되었듯, 지하터널은 어느덧 도시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로와 철도가 지하로 옮겨지고, 상부공간이 연결되면 도시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죠. 지하터널을 통해 무궁무진 확장되어나갈 도시의 내일, 현대건설은 경험과 기술을 도구 삼아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갈 것입니다.